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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탄생 비화e비즈북스의다른책들/IT 삼국지 2010. 12. 16. 10:24아이팟 탄생 비화
아이팟의 탄생에 얽힌 우여곡절은 사연이 길다. 먼저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기업가적 면모에 큰 변화가 있었다. 전과 달리 소프트웨어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나 구글의 창업자들에 비해서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넥스트와 픽사를 거치면서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넥스트와 픽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사업이 잘 안 되자 넥스트는 기존의 하드웨어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거듭났고, 픽사 역시 하드웨어 사업부를 매각하고 3D 에니메이션 회사로 전환했다. 스티브 잡스는 1994년 인터뷰에서 컴퓨터는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두 배 뛰어난 제품은 만들기도 힘들고, 운이 좋아서 1.3배나 1.5배 정도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만 그래 봐야 6개월이면 따라잡히고 만다고 한탄하였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몰락한 것은 운영체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운영체제를 들고서 다시 애플에 돌아왔다.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애플의 요직에 앉혔다. 그렇게 넥스트에서 데려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천여 명의 인력이 모여서 개발한 것이 바로 맥 OS X이다. 당시 맥 OS X은 애플의 운명을 결정 짓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운영체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처음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처럼 외부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맥 OS X용으로 소프트웨어를 발매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굴욕적인 계약을 감수하면서까지 MS 오피스의 공급을 약속받았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호응이 없었다. 매킨토시의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매킨토시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자신의 도움으로 성공을 거둔 어도비의 외면이었다. 어도비가 자신의 요청을 거절하자 스티브 잡스는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애플에서 사진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인 아이포토iPhoto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아이무비iMovie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된 배경에는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
flickr - Oliver Lavery
이때 스티브 잡스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세상이 CD에서 DVD 시대로 넘어간 것으로 생각한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에 DVD-ROM을 기본 장착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MP3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CD에 있는 음악을 컴퓨터로 변환해서 MP3 파일을 만들거나 그 반대로 MP3 파일을 CD로 저장해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컴퓨터 회사들은 CD에서 음악을 추출해서 MP3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고, CD 라이터를 장착하여 MP3 파일을 CD로 복사하기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도 않았고 매킨토시에는 DVD-ROM을 장착했기 때문에 CD에 음악을 저장할 수도 없었다. 스티브 잡스 스스로 참 바보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스티브 잡스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졌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에 CD 라이터를 추가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MP3 파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크리스마스까지 음악 소프트웨어를 완성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기간 안에 애플 내부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애플은 매킨토시에서 인기가 많았던 사운드잼 MPSoundJam MP 의 제작사인 캐시디 & 그린Cassady & Greene과 공동으로 음악 소프트웨어 아이튠즈iTunes를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4개월간의 개발 끝에 2001년 1월 맥월드 엑스포에서 아이튠즈를 발표한다. 처음 등장한 아이튠즈는 사운드잼 MP보다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무료였기 때문에 꽤 인기가 좋았다.
아이튠즈는 단순한 음악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아이튠즈가 보여주는 비전은 현재의 애플을 지탱하는 중요한 전략을 담고 있다. 아이팟 탄생의 핵심이 되는 디지털 허브가 바로 그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여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소비자들이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PDA 등 각종 전자기기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데이터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컴퓨터가 전자기기들의 허브의 역할을 한다는 바로 그 사실에서 착안하여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을 매킨토시에 쉽게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했다. 그러면서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제품 중에 유독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MP3 플레이어에서 가능성을 본 스티브 잡스는 사내에서 비밀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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