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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겐슈타인 평전 출간
    자유공간 2012. 11. 30. 16:10

    우리 출판사 식구들을 야근시킨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드디어 출간되습니다.

    철학의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또 철학 책을 읽었습니다. 이번 책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오타만 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900페이지 짜리 책에 이해도 잘 안가서 정말 머리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진짜로 빠졌을지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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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반은 이해가 안되고 반은 이해가 갔습니다. 철학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인 줄 모르겠고, 전기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어렸을때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너무 단순하게 해석했을 수도 있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비트겐슈타인의 비장함은 이 책때문인 것같습니다. 

    “논리학과 윤리학은 근본적으로 같다.
    그것들은 자신에 대한 의무일 뿐이다.”
    오토 바이닝거, ≪성과 성격≫

    <비트겐슈타인 평전>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위의 문구만 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저 책은 오스트리아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이었다고 합니다.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서 남성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책이었는데 현대의 시각으로 보자면 말도 안되게 여성성을 왜곡합니다.

    책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보다는 첫 페이지에 나오는 저런 내용의 문구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상적인(?) 남성에 대한 이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비트겐슈타인이 폭력교사로 재판을 받을때 피해 학생이 여학생이었던 것을 보면 전반적으로 감화를 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자 애가 수학을 못한다고 그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어쨌든 비트겐슈타인의 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로서 삶은 흥미진진합니다. 직업 철학자를 비판하고 자신의 스승을 남의 논문을 가져다가 쓰는 수준이라고 폄하합니다.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수학자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때 IT 역사에서 이름을 빛낸 앨런 튜링도 비트겐슈타인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철학과 수학의 양대 천재인 둘의 조우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정도로 흥미진진한데 결국 튜링이 두 번의 강의만 참석해서 논쟁을 하고 그만두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안타깝게도 철학적 논쟁이어서 이해가 안갔습니다-- IT비즈니스 담당자의 팬심으로 튜링이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는 20세기 초 유럽 역사를 장식하는 인물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한 다는 것. 저는 현대의 태동기에 있는 유럽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철학 내용만 없었으면 딱이었는데 불행히도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비트겐슈타인을 알려는 철학도들에게는 좋은 내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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