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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인 여성 대통령은 젊은 워킹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e비즈북스이야기/지금막만든책들 2012. 12. 20. 13:48

    2012년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죠.

    보수 진영의 승리라고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진성여왕이래 1200여년 동안 맥이 끊긴 여성 지도자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여성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진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마지막 3차토론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의 삶을 돌보겠다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미혼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이 뭔지 모릅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독거노인을 준비하고 있는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떠올리는 '어머니'도 각자 다르겠죠. 요즘 '젊은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오늘의 주제는 바로 그 워킹맘의 애환을 그린 이 책입니다.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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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성격이 원래 보수적입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 비하면 '요즘 여자들 살기가 얼마나 좋아졌는데'라고 평소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다가 한 번 쉬었습니다. 가치관이 달라서 소화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회사 월급을 받으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은 해야하지 않나?' 생각해서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엄마라서 미안하다'

    제가 이 책의 카피로 뽑아낸 문장입니다. 나름대로 굿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호응이 전혀 없었고 앞표지 카피는 '워킹맘의 좌충우돌 생존에세이', 뒷 표지 카피는 '엄마들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분기충천 워킹맘의 생산적 한풀이!'입니다.

    '엄마라서 미안하다'는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여자들이 얼마나 살기 편해졌는데'라는 생각은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없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신세를 져놓고 요즘 어머니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하는데 희생이 계속 되니까 그게 당연히 어머니의 의무인줄 압니다. 그 의무를 못하면 무슨 여자가 그것도 않하냐고 비난을 하죠. 그래서 '엄마라서 미안하다'라는 문구를 떠올렸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워킹맘의 분기탱천한 목소리는 객관적으로 보면 타당합니다. 아내이자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기에 대한민국은 불합리합니다. 출산,육아,가사분담,직장처우 문제 등에서 남자들이 할 말이 그다지 많진 않습니다. 그 빈곤한 논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우리 위대한 어머니의 잣대를 들이대는 거죠.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사회가 발전하면 그에 따라 변화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생존이 최우선의 과제였던 시절에는 누군가 희생해야 했고 그게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우리 어머니 세대처럼 희생하라는 것은 말이 안되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일단  지금 여성들이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라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에게 조선시대에 가서 살라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은 그렇게 되길 강요하고 있죠.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상황을 개선시키는 속도가 더디니 방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결과가 세계적인 저출산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위기의식을 갖고 애만 나으면 나라가 책임져줄테니 일단 나으라고 합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 책에서는 공무원들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정책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 병설유치원은 엄마들이 앞다퉈 보내려고 할 정도로 장점이 많은 유치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워킹맘에게는 벽이 높습니다. 아침8시30분에 문을 열고 오후5시에 닫는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4:40분까지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고 한다는군요. 다른 가족의 지원이 없으면 보내기 어려울 수 밖에 없죠. 국가가 애만 나으면 책임져 준다고 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유치원조차도 책임을 져주지 않는 셈입니다.

    제도만 그럴까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김교연님이 임신했을때 가장 고생했던 시기는 입덧을 하던 초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전혀 불러오지 않아서 지하철 노약자 석에 앉아있다가 할머니에게 눈총을 받고 서서오다가 쓰러질 뻔한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출산후 관리 실패로 살이 찌자 알아서 양보해주는 남자들때문에 오히려 뻘줌했다는--

    김교인님은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붓을 들었습니다. 공식 직함을 쓰려고 했는데 딱히 짚어내기 곤란하군요. 일주일에 사흘은 사회복지사로 일하시고 하루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십니다.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려다 보니 정규직으로는 마땅한 자리를 구할 수 없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군요.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엘리트인데도 말이죠.

    책을 보면 대학다닐때는 남자와 동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점점 남편과 벌어지는 격차에 대한 분노를 얼핏 볼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쓰는 다른 여성편집자도 이런 생각에 공감을 한 것같습니다.

    어쨌든 이 책에는 워킹맘의 한국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발칙한 정책제안이 담겨져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출산 도우미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혹은 기업의 문화를 수정해야하는 출산,육아 휴가 제도의 강화는 당장 도입되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아닌때 지하철 수유 전용칸 같은 것은 충분히 도입가능하겠죠. 또한 부부성생활활성센터와 같은 드러내놓고 말하기 곤란한 어찌보면 황당한 정책제안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젊은 엄마들이 어떤 고민과 욕망을 가지면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습니다. <결혼불능세대>를 쓰신 윤범기 기자는 이 책을 읽고 왜 자기가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결혼을 하려는 젊은 여성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었나 봅니다.

    '미혼 여성은 읽지 마세요! 결혼과 출산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뒷표지 경고 문구입니다.

     <결혼불능세대>와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다보니 한국 사회의 난제를 풀기가 참 힘들어보입니다. 청년들은 쓸만한 일자리가 없어서 결혼을 못해, 결혼해도 애 키우기 힘들어서 출산을 꺼리고.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뻔히 보이는데 목소리는 중구난방입니다. 중구난방인 것은 당연한데 이것을 컨트롤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도출할 방법은 요원하죠.

    어쨌든 저는 한 가지는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여성이 창백한 표정으로 서 있으면 자리를 양보한다.

    제 수준에서는 저 정도 밖에 도움이 안되지만 커플부대원이나 결혼한 분들이 읽으면 저보다 살기좋은 나라로 만드는데 기여하겠죠.

    어쨌든 정치인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게 대통령이고 최초의 여성대통령에게 기대를 하는 젊은 엄마들도 있겠죠. 이 책을 통해서 그 젊은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권합니다.

    카피 문구 후보중에서 '엄마가 짜증나면 나라가 위태롭다'도 있었는데 역시 기각되었습니다.물론 제가 제안했죠. 이렇게 여성 심리를 읽지 못해서 솔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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