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e비즈북스 2017.06.27 11:18

이 책은 자매브랜드 필로소픽의 책이지만 출간에는 제가 관여를 했습니다. 어느 날 <논리내공>(원제:Thiking with concepts)이란 책을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잠깐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고래는 어류일까?'

이 질문에 대부분은 '아니오'라고 답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조카에게 물어보니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 아니냐고 하니까 고래에는 아가미가 없어서 물속에서 숨을 못 쉰다고 하네요.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저는 젖먹이 동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어쨌든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모두 고래가 포유류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에서는 어떨까요? 고래를 잡는다면 어획량에 포함되지 않을까요?

해양수산부에서는 고래가 어류인지 포유류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바다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테니까요. 

 

하지만 사실은...고래의 포획이 허용되지 않아서 어획량 통계로 안잡힐 겁니다. 고래의 상업적 포획은 1986년에 금지되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연구목적으로 잡아서 고래시장에다가 파는 행위를 하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죠. 그런데 왜 책에서는 이런 논의를 하고 있을까요? 바로 이 책이 반세기전인 1960년 대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문 예제를 보면 고색창연합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검토할 때 절반만 읽고 내용이 Good이라고 추진했는데 뒷쪽 예제를 보고는 후회했습니다. 나름 고심해서 선정한 영미권의 고전반열에 든 텍스트라고 하는데 무척 지루하더군요. 아마 그래서 제가 옥스퍼드에 못갔나봅니다-.-

 

 어쨌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겉보기에는 자명한 것처럼 보여도 상황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언어에서는 사용하는 상황이나 용법에 따라서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이 점에 주목한 것이 20세기 최고 철학자로 평가받는 비트겐슈타인입니다. 여기서 언어철학이 나왔고 이를 계승한 것이 영미권의 분석철학입니다. 분석 철학이 무엇을 하는지는 철학의 'ㅊ'자도 몰라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철학의 분석기법을 응용한 것이 바로 이 책의 개념사고법이고, 그게 저에게는 인상깊었습니다.

 '개념을 체계적으로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이것은 지식을 많이 쌓거나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과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문제 인식을 잘못하면 산으로 가기 일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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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보지만 TV토론을 보면 감탄할만큼 잘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특징을 보면 일반적으로 용어에 대해서 먼저 개념을 잡고, 예시를 잘 들고, 상대방의 주장에서 약점을 파고들어서 공략합니다. 여기에 촌철살인의 멘트까지 날릴 수 있으면 토론에서 무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들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졌나 궁금했는데 개념사고법에서 어느 정도 그 해법을 찾았습니다.

 

개념사고법의 핵심은 질문에서 개념에 대한 물음을 분리해내고 그 개념을 명료화시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개념을 잡는 11가지 방법과 개념 물음에 답하는 7단계 전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에 익숙해지면 왠만한 질문에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 방법을 알고 있으면 상대방의 주장에서 약점이나 문제점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검토할 때도 이 책에 나온 일부 기술들이 활용됩니다. 그래서 e비즈북스 저자분들에게 이 책을 보내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반세기동안 옥스퍼드 대학생들을 비롯해서 영미권 대학의 필독서로 추천받은 <옥스퍼드식 개념사고법>. 논술을 준비하는 입시생, 논문을 쓰는 대학생을 비롯하여 글을 쓰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ps) 제 조카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고래는 물고기냐?"라는 질문에는 물고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물고기와 어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설명은 못하고 왠지 그럴 것같다고 합니다. 상당히 미묘한 대답인데 아마 '어류'라고 물었을때와 '물고기'라고 물었을때의 상황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어류는 수업시간에 듣는 단어고, 물고기는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니까요. 어류일때는 생물학적 분류로, 일상에서는 물에서 사는 고기라고 생각해서 답한 것같습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어류의 '어(魚)'가 '물고기 어'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러고는 너의 생각이 모순이 아닌가?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어?'

아마 10년이 지나면 삼촌을 쌈싸먹을 토론 실력을 갖출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켜주지 않는다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트겐슈타인


 

일반인들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소용이 없을지 몰라도, 철학자가 준 선물이 일반인에게 가끔은 유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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