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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이 있는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 프롤로그 (1)
    창업&마케팅/13_쇼핑몰창업계획서 2009. 7. 31. 10:51
    뭘 해먹고 살지?”
    자영업 창업자의 비루한 질문이 흡사 실존주의 철학의 진지한 고민의 무게와 맞먹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거대한 취업 학원으로 변한 대학교와 이태백, 사오정, 명퇴, 비정규직이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인터넷 쇼핑몰은 비공식적 통계로 약 30만 자영업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쇼핑몰 창업 교육기관이 있고 쇼핑몰 창업 및 운영과 관련된 책들도 꽤 나와 있다.

    하지만 아직 쇼핑몰 창업계획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나와 있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쇼핑몰 창업서는 단순한 매뉴얼 성격이 강하다. 아이템 선정에서 시장 조사, 컨셉 도출에서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의 실전 과정을 ‘전략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솔루션이 어떻고, 포토샵이 어떻고, HTML과 디자인이 어떻고 등의 기능 매뉴얼이나 사업자등록이 어떻고 신용카드 개설이 어떻고 등의 창업 절차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전략을 얘기하는 책을 봐도 현장에서 필요한 실전 전략이라기보다는 교과서 수준에서의 SWOT 분석과 STP 전략을 앵무새처럼 옮겨놓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오프라인 창업계획서와 관련된 도서는 많이 나와 있는데, 이 책들은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재무 계획을 중시하는 벤처 창업 용도이거나 상권분석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점포 창업자를 위한 것이라 개인 쇼핑몰 창업자에게는 거리가 먼 내용이 많다. 이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다.

    필자는 자영업 수준에서 두 차례의 창업과 한 차례의 기업 인수를 해보았고 4년 가까이 인터넷 쇼핑몰 현장을 지켜보았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소자본 창업계획서의 핵심은 매뉴얼적인 부분이 아니라 전략 수립과 사업타당성 분석이다. 전략적 수준에서의 사업타당성 분석이 창업계획서의 핵심이지 기능 매뉴얼 혹은 창업 행정 절차 안내는 쇼핑몰 창업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쇼핑몰은 장사수완이다》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를 약간 비틀어서 ‘쇼핑몰은 경영 전략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필자가 대기업의 해외영업부서에 있을 때는 해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매년 4분기가 되면 다음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먼저 SERI 전망이나 기타 연구기관의 다음해 경제전망을 가져다가 환경분석 장표에 베껴 쓴 다음, 작년에 썼던 파워포인트와 엑셀자료를 불러와 워딩을 내년도 현황에 맞춰 약간 손을 보고, 경영층에서 지시하는 매출신장률 15% 또는 20%를 시장별, 거래선별, 상품별 수치에 끼워 맞춰서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 때 영업부서의 핵심 목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출 목표를 낮게 설정하여 내년도에 목표 달성이 쉽게 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위에서 목표를 할당하는 본부 기획팀과 매출 목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막상 다음해 연말쯤에 계획 대비 실적을 따져보면 기준 환율부터 시장별, 거래선별, 상품별 매출은 모두 계획과는 크게 어긋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외적 변수와 운에 따라 특정 시장이나 특정 모델이 뜨면 대박이고 그렇지 못하면 목표 미달로 갈굼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4분기가 되면 지난해에 작성했던 장표를 다시 불러와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이런 것이 대기업 영업부서 사업계획서의 현실이었다. 사업계획은 이미 돌아가고 있는 사업에 대한 계획이므로 이렇게 해도 회사가 돌아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창업계획서의 경우는 다르다. 필자가 했던 두 차례의 소규모 창업과 한 차례의 기업인수 시에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 것들은 사업타당성 분석이었다. 30대 중반, 첫 번째 인터넷 서비스 기업(ISP) 창업 시에는 이 책 10장에 등장하는 매출-비용 시뮬레이션만 가지고 엑셀로 수익성만 따져서 진행했다. 최선, 중간, 최악 세 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과연 최악의 경우에도 생존할 수 있는지만을 따져보고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창업했다. 실제 결과는 대충 최악의 상황과 중간 사이에서 왔다갔다했고 이 회사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텨오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 번째 출판사 창업 시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자기분석, 환경분석, 시장조사 및 STP, 재무계획 등의 전 과정을 일일이 거쳤다. 왜냐하면 첫 번째 창업은 해당 사업의 주요 변수에 대해 직관적으로 아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수익성 분석만으로도 타당성 검증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출판 쪽은 새로 접하는 분야라 일일이 세부 변수를 따져봐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 이후 인생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뿌리박으려면 돈만을 목표로 창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자기분석 부분도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일일이 코멘트를 받아가면서 성실하게 준비했다.

    첫 번째 ISP 회사는 대기업 직원에서 자영업자로 탈바꿈하기 위한 생계형 창업이었다면, 두 번째 출판 쪽은 자아실현형 창업에 가까웠다. 따라서 창업계획서를 쓰는 일은 대기업에서처럼 외적 강제에 의한 숙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노동이었기 때문에 힘이 들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직 기회가 많은 20대의 경우라면 자아실현형 창업이든 돈을 목적으로 한 창업이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40대의 경우라면 인생 후반기의 삶의 목표에 특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20대 후반부터 십수 년간 가족의 생존을 이유로 돈벌이를 위해 자기를 소모하고 희생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이 뭔지를 따져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아실현 같은 얘기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30대라면 20대와 40대의 중간쯤에 있다. 아직 한 차례의 실패 정도는 딛고 일어설 수 있고 당장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돈을 번 다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자기분석 부분은 필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취사선택하여 읽으면 되겠다.

    전략이 있는 쇼핑몰 창업계획서 만들기 중에서 , e비즈북스, 이은성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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