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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어리 데이를 아시나요
    자유공간 2010. 1. 14. 08:37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월 14일은 어김없이 무슨무슨 데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우려와 조롱처럼 그 '데이'들은 발렌타인데이에서 기회를 발견한 마케터분들에 의한 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나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의리 초콜릿이니 뭐니 다 큰 어른들이 빵꾸똥꾸도 하지 않을 퍼포먼스나 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기념하고 억지로라도 구실을 만들어서 즐기는 것, 괜찮지 않습니까.
    흑흑, 이 날이 아니라면 언제 제가 아가씨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겠어요... 하악하악

    여성분이 포돌이 아찌를 부르려고 하자 선수를 쳐서 저를 구해주신 사장님


    대중들은 어리석지만, 어떤 철인이나 슈퍼 마케터들보다는 훨씬 똑똑합니다.

    권위 있는 단체가 맘대로 지정해서 달력에 떡하니 기재된 것이 아니라 되바라진 중고딩 아해들이 능동적으로 호응해주었으니 이벤트가 된 것이지요.

    그리고 올해 첫 14데이인 다이어리 데이가 왔습니다.

    1월 14일은 새해를 맞아 한 해 동안 쓸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날 다이어리 매출은 다이어리 시장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도 하네요.

    다이어리의 사전적 의미는 당연히 '일기장'이겠지만, 요즘은 스케줄표와 일기장, 수첩, 낙서장, 데스노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천후 노트를 가리킵니다. 

    스탕달 신드롬은 여기서 유래되었죠. 저도 애프터스쿨을 보면 가슴이 막 뛰고 그럽니다


    다이어리의 유래는 스탕달이 쓴 일기로, 그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레니의 <베이트리체첸치>를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감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기에 적어놓은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에헴.

    컴퓨터가 "야이 덕후 생키야, 소시 좀 그만 괴롭혀. 사스미는 왜 붕가를 시켜려고 해!" 라고 말할 날이 머지않은 21세기,그래서 제가 체력단련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양금석씨 그러려니 하세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되바라졌어야죠.

    첨단기기들이 개인비서 역할을 하고 씨이월드 같은 사이버 다이어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다이어리가 꾸준하게 소비되는 까닭은

    과거로 전이되는 자신의 현재를 보관하는 저장소이자 현재로 다가오는 미래를 스스로 상기시키기 위한 도구를 수작업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하다는 것은 한 해 무사히 보내 종이묶음인 다이어리를 '시간을 잉크로 삼아 손으로 인쇄한 자신만의 책'으로 완성하라는 격려겠지요.

    위대한 스노우캣츠비 다이어리


    서점에 나가 다이어리들을 살펴 보니 그 재기발랄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만화 같은 다이어리를 비롯해서 다이어트 다이어리나 열공 다이어리도 있었고요.
    다이어리 꾸미는 것을 마치 여행 다니는 것처럼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아이고, 아까워서 저런 걸 어떻게 쓰나.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다이어리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다이어리의 기능에 대해 오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힐끗 훔쳐본 여성 친구들의 다이어리 사용법을 보니
    허술한 제가 무리해서 따라했다가는 다이어리를 섬기며 스스로 계획한 일정에 끌려다닐 것 같더라고요.

    여자친구와 헤어진 직후 싸이에 올리기 위해 셀카를 찍는 허세소년처럼 가뜩이나 줏대도 없는 녀석,
    다이어리에 예쁜 글자로 그 날 하루를 타인에게 증거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고요.

    이렇게 어떤 계획 세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인간이 《마케팅이 살아 있는 사업계획서 만들기》를 편집했으니,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게다가 천연덕스럽게 이런 글도 썼었지요.
    창업준비생들 중에서는 사업계획서를 단순한 형식적 절차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현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요식행위에 불과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니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데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현실이 계획과는 다르게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계획서의 필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사업계획서는 자신의 창업 구상을 검증하고 사업 타당성을 진단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사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토대로서 사업계획서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책광고인 것 눈치채셨습니까? 흥, 저도 먹고 살아야지요. 선수끼리 왜 이러삼.)

    아오, 계획 싫어요. 학교 다닐 때도 계획 세우고 책상정리하느라 시험공부 못했단 말이에요. 무슨 계획이란 말만 들어도 현기증이 나네요.

    월차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하기사, 그런 게 다이어리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마다 눈 뜨기 싫은 직딩을 굴러가게 하는 동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다이어리는 '일년이라는 인생의 정직한 기록자가 된다는 것'은 손발이 조금 오글거리고,

    기억이 시간이라는 촉매에 의해 추억으로 변화되기 좋도록 가공하는 나만의 책이기 때문에 각별한 것 같습니다.
     
    돌연 마무리!
    1월 14일, 서로의 일년에 구속이 될 수 있는 근사한 다이어리 한 권 선물하는 것, 어떠신지요.
    저도 다이어리 잘 쓸 수 있습니다!

    부록으로 실제 창업계획서로 쓰인 쇼핑몰 사업계획서 샘플 모든 14데이를 정리해봤습니다.
    1월 14다이어리데이 - 연인끼리 자신들의 파경을 낱낱이 기록할  다이어리를 주고받는 날.


    2월
    14발렌타인데이
    - 다 아시니까 생략

    * 3월 14화이트데이 - .흥.

    * 4월 14블랙데이 - 휴...

    * 5월 14옐로우데이 - 솔로들이 누런 옷을 입고 두더지똥같은 카레를 먹는 날.

    * 6월 14키스데이 - 연인들은 일년 중 이날에만 키스해야 합니다. 반드시. 

    * 7월 14실버데이 - 연인끼리 은반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약속하는 날.

    8월 14그린데이 - 솔로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축배를 드는 날

    9월 14일 포토데이 - 연인끼리 사진을 주고받는 날

    10월 14와인데이 - 각자 헤어진 옛연인을 추억하며 연인끼리 와인을 마시는 날.  

    11월 14무비데이연인들끼리 영화를 보는 날.

    12월 14머니데이 - 한 해를 무사히 넘긴다는 이유에서 남성이 이성친구에게 금전으로 보답하는 날.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어떻게 자본으로 환산됩니까! 만국의 페미니스트여, 봉기하라!


    반전이 있는 결론 : 다이어리데이는 모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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