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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자유공간 2011. 2. 15. 12:31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하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삶의 의미라고 믿어온 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어떤 사람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그 후에는 잊고 살고, 어떤 사람은 답을 찾았다고 믿고 거기에 매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답을 못 찾아 고민하기도 합니다. 저로 말하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후 잊어버리는 사람에 속하죠.
이 주제로 책을 낸다고 했을 때('필로소픽'이라는 신규 브랜드입니다) 제가 가장 삐딱선을 탓습니다. 인생이 뭐 별거 있냐? 사람은 동물이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답이 나오는데 뭘 고민하냐?
그러자 반론이 나왔습니다. 이 동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
동물이 뭐 어때서? 인간이 동물을 벗어난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까요? 물론 돼지처럼 우리에 갇혀서 먹고 싸면서 살다가 도축장으로 끌려 가는 신세를 원하지는 않지만 사람이란 동물도 크게 보면 이런 신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만....
이번에 출간한 줄리언 바지니의 《빅퀘스천》(원제 What's it all about?) 은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라고 믿어온 것들이 사실은 착각이었다고 폭로하면서, 그러한 환상을 부수는 책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 행복조차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이긴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책들이 많다고 하네요. 인생의 의미에서 한 가지 답만 찾아내서 고민 해결이라는 책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그 책들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 행복, 성공, 쾌락, 해탈, 허무 같은 주제들이죠. 저자는 책에서 이런 대답을 논리적으로 깨트립니다.그런데 여기서 '다고 합니다'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이런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생론으로 잘 팔린 책이 있었는데 제가 두 페이지를 읽다가 덮어버릴 정도로 코드가 안 맞는 책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원고를 베타테스트 하라고 했을 때 IT 책을 담당하는 사람도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사실 철학과는 담을 쌓은 처지라 '철학'의 철자만 나와도 저는 하품이 나오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한 페이지 이상을 읽어본 철학 책이 없습니다. '그래도 뭐 별수 있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의외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사실 끝까지 읽어볼지는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대강 읽다가 검토서나 제출해야지라는 심정으로 읽었거든요. '그래도 사장님께서 다 이해해 주실거야'라고 기대하면서 말이죠. (과연?)읽다가 어떤 부분은 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냐? 라고 생각했고, 어떤 부분은 헛소리 하고 있다고 깠습니다. 대표적으로 깐 것이 로버트 노직의 '경험기계'부분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이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빨간 알약을 먹고 진실을 볼 것인가? 파란 알약을 먹고 가상세계에서 살 것인가?의 장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행복하다면 경험기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답을 했는데 저자인 줄리언 바지니는 당연히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했는데(아마 이상한 사람이 맞겠지만^^) 어떤 편집자 역시 경험기계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물론 안 들어간다는 사람이 더 많기는 했습니다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유상종이라고 줄리언 바지니와 그 주변 인물들은 진실에 더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제 생각에는 게임 폐인들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경험기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비참한 삶 혹은 잘못된 삶을 사는 것이라구요? 그것은 관찰자 입장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경험기계에 들어가는 삶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죽을 날이 머지 않은 고통스러운 암환자에게는 고통을 못 느끼고 죽을 수 있다면 경험기계가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서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도 인정되는데 가상세계에서 평생소원(책에 의하면 그것이 인생의 답은 못 됩니다만)을 이루고 행복하게 죽는 것이 더 나아보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가 극단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경청할 내용이 많습니다. 행복과 성공에 매진하는 것이 왜 부적절한 선택인가? 그렇다고 쾌락을 추구하면 잘 사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을 철학적 논리와 영화, 소설, 대중가요(비록 전부 외국 사례에 저의 관점에서 볼 때 재미없는 영화와 소설들이긴 합니다만)를 예로 들며 검증해 봅니다. 그래서 철학책이지만 그렇게 딱딱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편집자는 이 책을 보고 고등학생 논술용으로 괜찮을 것같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이것이다'라는 각종 주장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 치밀하기 때문입니다. 테레사 수녀의 이타주의조차 비판의 대상이니...'인생의 의미'를 찾는데서도 교재용을 생각하다니 어찌보면 이게 경험기계의 세계보다 더 비참한 현실이 아닐지....뭐 개똥밭에 굴러도 사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긴 합니다만.글이 길어졌군요.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나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이게 저의 평소 신조입니다. 그래도 읽을 만한 책입니다. 그 이유는 '인생은 퓨전'이라는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그렇게 표현은 안 되있고 저 주장을 한 철학자(테리 이글턴)는 줄리언 바지니를 깠다고 합니다. 무엇을 깠는지는 그들만의 리그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주장을 남들이 동의할 정도로 설득력있게 펼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빅 퀘스천》의 저자인 줄리언 바지니가 하는 일이죠.
하지만 특정한 가치에 대한 과도한 매진으로 인해 불균형하게 사는 삶보다는, 여러 가치를 두루 조화시키는 선택이 따져본다면 위험도 적고 효과적이라고 보입니다. 위에서 게임 폐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에게는 통신망 두절이 최대의 악몽이죠. 때로는 일어날 수 있는 사건때문에 유일한 행복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이겠습니까?
이것은 어떠한 가치든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생의 전부를 거는 사람에게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사라진다면 같이 따라 죽어야 할까요? 물론 가족이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하는 애인을 따라 죽음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자연의 이치로 보나 종교에서도 권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멸종하는 것은 시간 문제겠죠.
이 책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정답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줄리언 바지니도 그런 답이 있다고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잘못된 선택인지는 가르쳐 줍니다. 아무리 절대적인 가치라도 그 하나만으로는 의미있는 인생을 충족시킬 수 는 없음을 설득력있게 설명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찾았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도, 인생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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