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추정하기
‘Size does matter(크기가 중요하다)’. 영화〈고질라〉의 카피다. 창업자에게도 시장규모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시장 매력도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무조건 크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너무 작아도 안 되고 너무 커도 안 된다. 너무 작으면 먹고살 수가 없고, 너무 크면 강력한 경쟁자들이 놓칠 리 없다. 소규모 창업자들이 뛰어들려는 시장의 규모는 통계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으로 어림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쓸 수 있는 몇 가지 추정 방법을 살펴보도록 한다.
공:어때? 작은 사이즈 옷의 시장규모를 알아봤나?
이:통계청과 인터넷을 하루 종일 뒤져 봤는데 마땅한 자료가 없네요.
공:세부시장 데이터는 있는 게 예외적이고 없는 게 정상이지.
이: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추정을 해야지.
시장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은 크게 Top‑down 방식과 Bottom‑up 방식으로 구분된다.
먼저 Top‐down 방식은 연역적 방법으로, 이미 통계 자료가 나와 있는 전체 시장규모를 기초로 해서 해당 세부시장의 인구통계학적 자료 등을 통해 시장규모를 추정해 내는 것이다. 연역적 방법의 문제는 통계 자료의 신뢰도에 따라 편차가 크고, 자기 사업의 점유율을 과대평가하여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시장규모 불확정성의 원리
시장규모가 고정된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시장 주체들의 의지와 노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변수도 아니다. 예를
들어 소설 시장의 규모는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히트상품이 있으면 커지고 없으면 작아진다. 영화에서 히트작이 나오면 소설 시장은
줄어든다. 주체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가변적이다. 시장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Bottom‐up 방식은 귀납적 방법으로 연역적 방식보다는 수고스러운 방식이기는 하지만 훨씬 더 정확할 수 있다. 먼저 시장을 세분화한 다음,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각 세부시장별 매출액을 계산해 내고, 이들을 모두 더하여 합산하는 방식이다. 동종 업계 내에서 이미 운영 중인 사업체들의 매출액을 추정하여 합산하는 방법도 이에 포함된다. 이 방식은 매출과 관련된 세부 변수를 꼼꼼하게 찾아서 매출처를 수색해 내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의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중 어느 방법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두 방법을 병행해서 교차 검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거시산업에 대한 통계 자료는 있지만 ‘작은 사이즈의 옷’과 같은 세부시장에 대한 통계는 구하기 힘들다. 통계 자료가 딱 부러지게 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해도 부실하거나 내가 원하는 형태로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추정해 보면서 교차 검증을 해봐야 한다. 시장규모 추정은 매우 힘들고, 지루하며 상당한 창의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Top‑down 방식
인구통계학적 접근 방식
공:인구통계적 방법으로 시장규모를 추정해 보도록 하지. 키 작은 20‑30대 남자들은 한 해 동안 인터넷에서 얼마나 옷을 샀을까?
이:글쎄요, 딱 떠오르지 않는데요.
공:몇 가지 변수로 공식을 만들어 보면 금방 나온다.
총 시장 잠재 수요량(Total Market Potential)
Q=n×q×p (n:구매자수, q:평균구매량, p:평균구매가격)
공:먼저 ‘키 작은 남자 인구×1인당 연간 평균구매액’ 하면 키 작은 남자들이 온오프에서 1년간 구입한 액수가 나오잖아. 여기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금액만 추출하면 키 작은 남자들의 온라인 패션 구매액이 나오게 되지.
이:‘키 작은 남자 인구 수×1인당 연간 평균구매액×남자들의 인터넷 의류 쇼핑 구매비율’로 계산하면 된다는 거군요. 공식을 만드니까 개념이 잡히네요.
공:자, 그럼 이 공식에 대입할 수치를 구해서 시장규모를 추정해 보게.
이창업은 통계청을 비롯한 여러 사이트를 뒤진 끝에 다음과 같이 수치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연령별 전국 추계인구(통계청)
‑ 20~39세 남자: 797만 명
∙제5차 한국인 인체 치수 조사 자료(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 160±2cm 키의 남자(20~30대): 3%
∙2007 정보화 이용 실태(한국인터넷진흥원)
‑ 남성의 인터넷 쇼핑 이용률: 50%
∙2007 인터넷 이용자 이용 실태 자료(코리안클릭)
‑ 남성의 인터넷 쇼핑 의류 구매 비율: 60.5%
위 수치들을 공선생이 알려준 공식에 대입하여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1단계> 20~30대 남자 가운데 키 작은 남자의 수
= 20~30대 남자인구수×키 작은 남자 비율
➡ 797만 명×3% = 24만 명
<2단계> 전체 남자 중 인터넷 의류 구매자 비율
= 남성 인터넷 쇼핑몰 이용률×인터넷 쇼핑 의류 구매 비율
➡ 50%×60% = 30%
<3단계> 인터넷으로 의류를 구입하는 20~30대 키 작은 남자의 수
➡ 24만 명×30% = 7만 2000명
<4단계> 시장규모
= 인터넷으로 의류를 구입하는 20~30대 키 작은 남자 수×객단가×연간 구매 횟수
➡ 7만 2000명×3만 원×3회 = 64억 8000만 원
‑객단가 3만 원은 쇼핑몰 상품 가격을 참조하였고, 1인당 구매 횟수는 패션쇼핑몰들이 말하는 대목 시즌인 설날, 추석, 여름 3회를 기본으로 추정함.
공선생이 알려준 대로 자료를 찾고 대입해 보니 어느덧 인터넷에서 160센티미터대 작은 사이즈 남성의류의 시장규모가 약 65억 원으로 계산되었다. 이창업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65억 가운데서 5%만 점유율을 차지하면 3억 2400만 원, 그리고 순이익률을 대충 10%로 잡으면 연봉 약 3200만 원. 으음…. 생각보다 크진 않지만 일단 먹고 사는 것은 보장되는 수준이군. 키 작은 남자 의류 아이템이 승산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선생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공:섣불리 판단하지는 말게. 인터넷 의류 구매 비율 30%는 2007년의 남자 전체의 평균치고, 객단가 3만 원은 이창업 씨가 막연하게 추정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65억이라는 숫자 역시 가설에 불과하지. 크로스체크로 그 숫자가 타당한지 검증해 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