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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강 현실(AR)의 네비게이션 효과
    e비즈북스의다른책들/알기 쉬운 증강현실 2011. 6. 7. 11:30
    내비게이션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 우회로라고 안내된 좁은 길로 자동차가 몰리고 그때까지 조용하게 생활하던 근처의 주민과 문제가 생겼다. 원래부터 우회로로 사용되었던 도로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에 의해 현실 공간에 ‘지름길’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결과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그것만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에 지름길로 인식되어 있는 것을 관계자가 이해하고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내비게이션이 만들어낸 증강현실이 본래의 현실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체험한 일을 소개하려 한다. 2010년 5월, 나는 시부야에서 행해진 ‘AR 폭탄 해체 게임’에 참가했다. 주식회사 레이 프런티어Ray Frontier가 실시한 것으로 모바일 AR 브라우저 ‘라라코레(라라스타 컬렉션)’를 사용하여 시부야의 거리에 숨겨진 5개의 폭탄(물론 AR 공간에 있는 가상의 폭탄)을 해체하는 내용이었다.

    라라코레의 화면을 들여다보면 몇 개의 말풍선이 떠 있다. 이것은 폭탄 해체 코드 혹은 폭탄의 위치(체크 포인트)를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근처에 가지 않으면 뜨지 않는다. 말풍선을 발견하면 접근해서 ‘체킹’이라고 등록 처리를 하는 것으로 코드를 취득 혹은 입력(폭탄 해체)한다. 해체 코드는 몇 개로 나뉘어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었는데, 아이콘 안에는 인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코드를 모아 최종적으로 폭탄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 참가자들은 시부야의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게임에서 실패했다. 300M 정도 떨어진 체크 포인트까지 가서 아이폰을 눈앞에 올린 채 아이콘이 떠 있는 방향을 향해 계속 직진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번화했던 거리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이상한 간판이 늘어났다. 체크 포인트를 찾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주변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걸어갔는데 내가 보고 있는 AR 공간에 호텔에서 허둥지둥 나오는 커플의 모습이 잡혔다. 지름길로 가려고 호텔이 늘어선 거리 쪽으로 발을 돌렸는데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남녀에게 카메라(아이폰)를 들이댄 셈이다. 물론 사진을 찍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트집을 잡으려 들었다면 변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여담이지만 여학교 근처에 설치된 체크 포인트에서는 아이폰을 올리고 살펴보는 것이 망설여졌다는 참가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AR이 만들어낸 공간이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사소한 예이긴 하지만 이것이 대규모 이벤트였다면 많은 참가자가 큰길을 뚫고 가려는 등의 사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벤트 때만이 아니라 AR 공간에서의 랜드마크 안내를 보면서 현실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는 시대가 오면 어떨까? AR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람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표식이나 장애물을 두거나 거꾸로 그들을 타깃으로 삼아 장사를 하는 등 현실 공간에서 AR에 대응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에 앞서 AR의 공간을 설계하는 일도 행해져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AR 에바의 예에서도 학교 밖에서 에바를 보기 위해 도로에 사람들이 몰리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에바를 보려고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등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상에 일정한 거리(구체적으로는 교정의 안)만큼 가까워지지 않으면 에바가 표시되지 않는다거나 이벤트 개시 시간이 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다는 등의 제한을 두었다. 그러므로 AR을 사용한 게임에서도 사람들의 흐름이나 주위의 환경을 고려한 후에 규칙이나 공간을 설계하는 노하우가 확립될 것이다.
    《알기 쉬운 증강현실》.고바야시 아키히토.e비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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