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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담당자를 외로운 섬에 머무르게 하지 말라e비즈북스의다른책들/온라인 위기관리 2011. 6. 13. 10:24
회사 경영진 간에 비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무슨 일인 줄은 모르지만 사내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CEO가 바뀔 수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최근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모종의 경영적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는 설도 있다. 내부고발자가 회사와 관련한 정보들을 정부 규제기관에 제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홍보 부사장도 그 회의에 들어가 오랜 시간 참석하고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마케팅 부사장이 회의에 들어가 있다. 마컴(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에 소속된 소셜미디어 담당자인 조 대리는 회사의 흉흉한 분위기가 신경 쓰였지만, 그냥 평소처럼 회사 트위터와 미투데이 그리고 페이스북 인사로 하루를 즐겁게 시작했다.
이어서 조 대리는 지난 주부터 진행하고 있는 제품 브랜드명으로 4행시를 짓는 프로모션에 열중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오후 첫 멘트를 위해 트위터 계정을 들여다보니 예전보다 멘션이 늘었다. 멘션들을 쭉 둘러보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 회사,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무슨 일인가요?’와 같은 멘션들이 많았다. 또 한 트위터러는 ‘그 회사 사장님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데 정말 큰일을 저지르신 거군요’ 하는 멘션을 남겼다.
조 대리는 마케팅팀장에게 다가가 이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물었다. 마케팅팀장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마. 확실한 건 우리도 몰라. 그냥 당분간 트위터나 미투데이는 접어”라고 지시한다. 조 대리는 ‘그래도 무슨 일인 줄은 알아야 준비를 하지…’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돌아와 계속 소셜미디어들을 모니터링한다.
페이스북 쪽지와 트위터 DM을 통해 여러 추가 질문과 문의가 늘어난다. 무언가 큰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 몇 시간이 지나가니 미투데이와 트위터에서 특정 기사들의 URL들이 돌고 있었다. 조 대리의 회사와 관련한 온갖 루머들이 들어 있고 회사가 경영상 위기에 봉착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퇴근께에는 여기저기에 A사 홍보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기사들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돌고 있는 사실은 루머일 뿐이고, 검찰로부터의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담고 있다. 조 대리는 황당했다. 홍보실에서는 보도자료를 내는데 왜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나 하는 거다. 홍보실에서는 간단히 “사장님께서 홍보실로만 창구를 일원화하라 하셨습니다”라고 한다. 그럼 소셜미디어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마케팅팀장이 다가와 이야기한다. “신경 쓸 거 없어, 조 대리. 그냥 내일부터는 아무 일 없는 거니까 편하게 다시 시작하도록 해.” 조 대리는 갸우뚱한다. “그러면 접수된 쪽지, DM, 멘션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죠. 일단 홍보실 보도자료대로 답변 할까요?” 마케팅팀장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모르겠네, 민감한 상황이라서… 상무님께 여쭤볼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마케팅팀장이 상무를 보러 들어간 이후 두 시간이 흘렀다. 벌써 저녁 9시다. 조 대리는 아무 일도 못하고 대기 중이다.
마케팅팀장이 다시 돌아와 한마디하고 퇴근해버린다. “지금 법무실과 홍보실 그리고 경영기획실까지 비상 상황이라 소셜미디어까지 신경 쓰기 어렵대. 잠깐 며칠만 쉬래,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조 대리는 퇴근해버리는 팀장에게 “언제까지 쉬어요?”라고 질문해보지만 답이 없다. 그 시간에도 미투데이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 등에는 멘션들이 계속 쌓이고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와 루머 들이 돌고 있다. 예정된 4행시 프로모션과 내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UCC 컨테스트는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에이전시에서 계속 문의가 오는데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일단 대기하세요.”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에게는 딱히 정보도 없고, 답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른 부서들은 위기를 감지하고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 소셜미디어 담당자만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따로 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flicker = C. G. P. Grey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에 관해 딱 한마디만 조언하자면 ‘기존 오프라인 위기관리 시스템과 통합하라’고 하고 싶다. 물론 기존에 오프라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이 조언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 위기관리 시스템에 가능한 연결 또는 통합되어 운영되는 소셜미디어가 위기 시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즉 평소에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부서들을 위기 시에는 가능한 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 홍보, 마케팅, 고객관리, 영업 등에 넓게 퍼져 있는 소셜미디어 실무 그룹들을 위기 시 어떻게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적으로 통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위기 시 자의적이고 개별적인 행동이나 조치를 제한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일부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평소 각 부서별로 또는 프로그램별로 각기 다양한 소셜미디어 아웃렛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평소에도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한 소셜미디어 아웃렛을 위기 시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기업의 통제하에 모을 수 있는가는 아주 중요한 주제라고 본다.
의사결정 면에서도 소셜미디어는 기존의 오프라인 위기관리 의사결정 주체들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오프라인 따로 소셜미디어 따로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혹은 오프라인은 위기대응 의사결정이 정해져 실행되는 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그 결정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채 나름대로의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평소 하던 프로모션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아주 일관되게 진행해 ‘뻔뻔하다’는 이야기를 듣기까지 한다. 사내에서의 의사결정 주체들과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그에 준해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메시지 면에서도 오프라인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오프라인상 메시지가 소셜미디어로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전사적 차원의 위기관리라 할 수 있다. 전략적 통합이 필요한 것이다. 특수한 경우 소셜미디어는 심지어 오프라인의 톤앤매너까지 차용해 전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자사와 관계된 불미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CEO가 애도를 표하고 사과할 때 그 기업의 소셜미디어 또한 기존의 톡톡 튀는 여성의 이미지와 톤앤매너를 잠시 접어두고, 회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에서는 메시지가 거의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하고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위기관리>출간예정.정용민.송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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