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1월11일까지 6번에 걸쳐 서울출판예비학교에서 SNS마케팅에 대한 강좌를 들었습니다. 연말과 연초에 끼어서인지 다른 강의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연말에 감기와 설사가 겹쳐서 거의 죽을뻔했는데 그래도 다 출석^^
그런데 SNS마케팅 이야기 보다는 출판계가 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들었습니다. 과연 책이란 플랫폼이 살아남을 것인가에서부터 마케팅 환경의 변화까지 들어보면 참 가슴이 답답한 이야기들이죠. 입사때부터 출판 사양 산업을 주창한 저는 무덤덤한 편입니다만.
제가 출판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통해 만드는 부가가치로는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힘듭니다. 저만해도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출판계에 종사하고 있죠. 출판계가 원하는 인재에서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어쨌든 강의를 듣고 앞으로 어떻게 마케팅을 할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현재 우리 출판사는 블로그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제가 스타일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안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시간 부족을 핑계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홈페이지도 운영을 안하고 있죠. e비즈니스 전문 출판사가 맞냐고 가끔 물어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e' 보다는 비즈니스에 촛점을 맞춥니다. e에 촛점을 맞추면 최신 동향은 다 따라잡아야겠지만 '비즈니스'에 촛점을 맞춘다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트위터,페이스북, 블로그를 다 잘 운영한다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선택과 집중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자사 역량을 분석할때 우리 출판사는 블로그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지금처럼 갈 수밖에요.
그러면 SNS가 검색을 압도하는 시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냥 문을 닫아야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SNS가 강세를 보여도 검색을 하려는 수요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도 결국 컨텐츠가 없으면 전달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 블로그도 최근에 방문자수가 늘어났습니다. 비록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매출로 연결시키는 재주가 쥐약이긴 합니다만.
최근에 출간된 <라쿠텐 스토리>를 보면 웹2.0이 대두되자 라쿠텐도 이제 위기가 왔다고 예측하는 시각이 우세했다고 합니다. 우리 출판사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웹2.0의 날개를 달다>가 2009년에 출간되었는데 이런 트렌드에 맞춘 책이죠. 하지만 라쿠텐은 그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에서 2009년에 야후 재팬을 따라잡고 승승장구합니다. 위기설을 예측한 전문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죠. 기술 우위의 시각을 두면 이런 현상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좀 보수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이란 플랫폼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와 저자가 직접 만나서 책을 낸다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일 수 있고 실제로 이렇게 나온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이상적인 독자와 이상적인 저자가 이상적인 주제로 만났을때 가능합니다.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독자는 자신이 모르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컨텐츠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 출판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편집자의 경우 인터넷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저자의 컨텐츠를 검증하기 힘듭니다. 저자가 완벽하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 완벽한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럼에도 편집자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바로 체계를 잡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 출판사의 경우 체계는 편집자가 잡고 저는 인터넷 마케팅에 대해 조금 안다는 이유로 주로 검증 역할을 합니다. 제가 체계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트레이닝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초고를 본 후에 목차와 분량을 제대로 못 봤다는 생각에 자격지심이 들때가 많습니다. 편집자를 능가할 정도로 체계를 잡을 수 있는 독자는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대신 편집자들이 마케팅에 대해서는 좀 감이 떨어지는데 보도자료를 제가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붙어먹고 살고 있는지도^^
이야기가 좀 샜는데 어쨌든....
SNS을 비롯한 인터넷이 컨텐츠의 소비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책이란 컨텐츠의 플랫폼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지식의 전달 기능만 있다면 위기가 올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는 지식+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사실을 나열해서 전달하는 것은 지식이지만 그것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은 지혜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결국 출판계의 돌파구는 이 부분에서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