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굴의 의지를 갖고 읽는 책이 있습니다. <삶의 보람에 대하여>란 책입니다.
스타일에 안맞는 책을 읽자니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는군요. 아직 절반밖에 진도를 못나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 부분만 읽고서는 덮어버리고 싶은 책인데 6장부터는 매우 훌륭합니다. 삶의 보람을 잃은 사람에 대한 심리를 잘 읽고 있습니다. 마치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6장을 앞에 배치시키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분들은 앞부분도 훌륭하다고 하는데 저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원래 제가 고집이 좀 있습니다. 시라는 장르가 포함되어있는 책은 무조건 감점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희망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희망은 있지만 거의 가망이 안보이고 좌절에 빠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저도 대학을 졸업한 후 상당히 오랜시간 동안 방황을 했습니다. 대학 전공은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분야에 실력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열심히 해봤지만, 문제 해결방법도 잘못되었고 재능도 없었기 때문에 졸업한 후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제가 전공한 분야에 정나미가 떨어졌죠. 세상에 자기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해서 취업한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할 수 있겠지만 ....
어쨌든 저는 방향을 잘못 잡아서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습니다. IMF사태 후 얼마 동안은 정말 돈도 없고 비참해서 죽는 줄만 알았습니다.(사실 죽을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돈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본다면 너는 그동안 뭘했냐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난국을 타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로또같은 역전 뒤집기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로또는 사지 않습니다. 로또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1명의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구조인데 그 과정에서 자릿세로 50%를 국가에 뜯기는 제도죠. 결정적으로 로또의 안좋은 점은 순전히 운에 기대야 한다는 것입니다. 1/8,000,000의 확률이죠.
<삶의 보람에 대하여>에서는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합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 나가라는 것이죠. 저는 이 방법에 참으로 공감을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비관적인 모습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략이었습니다.
제가 열등종자라면서 자책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어느 날 우연히 달리기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다보니 제가 생각보다 그렇게 열등한 수준은 아니더군요. 사실 체력장때 장거리 달리기를 꼴찌에서 두번째 수준으로 달렸는데 다 늙어서(?) 뛰어보니 왠걸요? 상위 20%정도는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체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못달렸던 이유는 뛰는 요령의 부족이었습니다. 소심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상태에서 초반을 시작했거든요. 초장이 꼬이니 페이스 내내 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니 여유만만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거리에 적합한 체형은 달리 보면 영락없는 루저라는 뜻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신나게 달리다가 발바닥에 부상도 입고,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뛸 기회도 사라져서 예전처럼 뛰진 못합니다. 작년 가을에 뱃살을 빼겠다고 달리기를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늙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600m를 헉헉대면서 시작해도 한 달만 연습하면 6km를 30분에 가볍게 뛰었는데 지난 가을 시즌에는 마음먹고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패가 만성화되면 나중에는 체념하게 되어 아무런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실패가 또 실패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하지만 뭔가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로 발전이 이루지게 됩니다.
따라서 역전 한방 전략은 하책 중의 하책입니다. 가능성이 희박할 뿐더러 설혹 된다하더라도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또 1등이 되었다가 몇 년만에 알거지가 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1등 당선되기전에도 정상적인 생활과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작은 목표는 손쉽게 달성할 수 있으므로 실패 가능성도 적습니다. 한걸음씩 차근차근 가다보면 매사에 부정적이었던 태도가 조금은 바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록 실패에 부딪혀도 다음을 기약하는 자세를 갖게 되는 것이죠. 사실 지금도 밥먹듯이 실패해서 옆에서 보면 별로 나아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마인드가 개인에게는 무척 유용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사는 보람감을 찾는 것이죠.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제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봤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유용하고 현실적인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마 이번 주 중에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같은데 그때 정식으로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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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보람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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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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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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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미에코 (필로소픽,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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