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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버스 사건이 알려준 정부2.0
    it100시리즈/이제는 빅 데이터 시대 2012. 5. 4. 11:51



    빅 데이터를 어떻게 정부 운영, 행정에 도입할 수 있을까? 분명 정부가 만들거나 관리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빅 데이터를 통한 정부혁신, 즉 정부2.0에 대해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2009년 말에 발생했다. 이른바 ‘서울버스’ 사건이다. 사실 이 사건만 제대로 분석해도 향후 빅 데이터 시대에 행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이 한국에 2009년 11월 28일 출시되자 일주일 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앱이 등장했다. 바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아이폰을 써보고 일주일 동안 매달려서 만든 ‘서울버스’ 앱이다. 2009년 12월 3일 출시된 이 앱은 버스정류장을 검색하면 그 정류장에 어떤 버스들이 언제 도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이 앱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애플 특유의 오픈 플랫폼을 한국에 알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앱 이코노미’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기도 했다. ‘서울버스’ 앱을 사용하려고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마저 생겼을 정도로 앱은 크게 인기를 끌었고 아이폰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KT의 이석채 회장은 따로 고등학생인 유 군을 불러 “좋은 앱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유 군은 서울버스 앱에 “제가 곧 고 3이 되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고 적었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바로 경기도청이었다. 경기도청은 ‘서울버스’가 서비스된 지 2주만인 12월 14일에 ‘공공정보 무단이용이라는 이유’로 ‘서울버스’의 경기도 교통정보 이용을 차단했다. 유주완 군은 경기도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버스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경기도청은 “경기도가 만들어놓은 정보시스템을 개인이 무단으로 이용할 수 없고, 위치정보 사용 등과 관련해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정보 공유를 막았다”며 “지금까지 여러 민간 기업에서 버스정보를 이용하겠다고 접촉해 왔지만 거절해온만큼 특정 앱만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부가 하지 않는 일을 고등학생이 했는데 행정편의주의적인 마인드로 이를 막았다”고 분개했고 결국 김문수 지사가 뒤늦게 서비스 차단을 풀라고 지시해 이 사건은 사흘 만에 일단락됐다.
















    '서울버스' 앱은 정부가 가진 빅 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하고 활용할지에 대해 여러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분야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첫째가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고, 둘째가 정보의 공개 수준이다.

    앞서도 여러 번 강조했듯이 이젠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능력만큼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웹상으로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려면 ‘오픈 API’, 즉 API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기술용어가 튀어나와 생소하겠지만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행전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하자. 각 여행지별 명소와 맛집을 상세히 설명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명소와 맛집을 지도 상에 표시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지도를 새로 제작할 순 없는 노릇이다. 쉬운 방법은 구글이나 다음, NHN이 제공하는 ‘지도 API’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지도 API’를 사용해 웹 페이지를 만들면 지도를 홈페이지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그 위에 직접 만든 여행지별 명소와 맛집을 추가할 수 있다. 만일 경기도와 서울시가 버스운행정보를 API 형식으로 만들었다면 서울버스를 제작한 유주완 군이 더 쉽게 작업을 했을 것이다.

    API 공개는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현재의 위상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지금과 같은 기업이 된 이유도 서비스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2007년 API를 공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은 2007년 선두 업체인 마이스페이스를 제쳤다. API를 공개하면서 현재 인스타그램, 플리커, 팜빌, 시티빌 등 수많은 프로그램과 게임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실행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뒤늦게 API 공개 흐름에 참여했고, 현재까지도 미진한 편이다. 2012년 2월 기준으로 공유자원포털상의 서비스제공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공하는 API는 총 191가지다. 제공 기관과 사업자는 농림수산식품부(33가지), NHN(27가지), 다음커뮤니케이션(18가지), 행정안전부(15가지), 한국정보화진흥원(10가지) 등이다. 해외 오픈 API 현황은 프로그래머블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영미권 정부와 인터넷기업이 공개한 오픈 API는 5039개에 달한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오픈 API는 공공취업정보, 식품안전정보, 보육정보, 기상정보, 교통정보 등이지만, 제공하는 정보의 종류도 적을 뿐더러 개발자들이 이런 현황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시 ‘서울버스’ 앱 사건이 준 두 번째 시사점으로 돌아가면 정보의 공개범위가 향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서울버스 사건에서 경기도청은 “공공정보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공공정보의 활용 주체는 정부밖에 될 수 없다. 또한 임의적으로 특정 기업에 독점적 사용권을 준다면 이는 또 다른 특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기 때문에 아예 공공정보를 특정 기업에 줘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만들지 말자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주로 정부2.0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 전문가들은 정보의 특성과 민감도, 개인정보 침해여부 등을 고려해 공개 범위를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이제는 빅 데이터 시대>.2012년 4월 출간.윤형중著.e비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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