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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자유공간 2013. 5. 24. 15:15

    최근에 검토한 원고가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란 이름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으로 2006년에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내기로 결정하기 전에 저에게 먼저 출간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을 읽으라는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독거노인이 궁상맞게 사는 것을 보니 딱 맞을 것같았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책에서 말하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을 몸소 실천중이라^^ 운동을 위해 공원에서 조깅하고, TV를 안보고 책을 읽고(불행히도 업무때문이지만ㅠㅠ), 매스미디어에 낚여서 소비하지 않고(짠돌이니까^^).....딱 제가 하는 짓이네요.

    덧붙여서 여자도 없고,술도 거의 안마시고,담배도 안피고, 문제는 전혀 우아하지 않다는 것이고....내가 왜 살지? 


    이 책의 저자 폰 쇤부르크는 저하고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태생이 귀족출신이고, 직업이 저널리스트라 경험도 풍부하고 아는 것도 많고 글을 잘 쓰기까지 합니다. 저라면 절대 실업급여를 포기하지 않았을텐데 과감하게 실업급여를 포기했죠. 독일의 복지제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제가 유럽문화를 몰라서 그렇지, 유럽에 있었다면 강추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우리 출판사 저자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배경 지식이 있으면 엄청나게 신랄하고 위트있는 내용이 많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의 등장 인물가운데 아는 사람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 체게바라,비트겐슈타인 정도?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러시아 망명귀족 출신이라는 것과 이집트의 마지막 왕이 파룩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그외 각종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들이 많은것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저자가 말하는 생활을 비슷하게 하지만 전혀 우아함을 못 느끼는 입장입니다.  아마 10년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악평을 달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 귀족 출신의 정신승리를 책으로 냈다고 말이죠.  실제로 예전 책에 대해서 이런 시각을 가진 리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아하진 못하지만 그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있습니다. 가난해도 비참해지지는 말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서관 한귀퉁이에서 쭈그리고 있다가 거리로 나와서 커플부대원들의 물결에 휩쓸려도 인생은 비참하지 않다고 세뇌를 시켜야하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 주말이면 남산 팔각정에 홀로 올라 600원짜리 조지아 캔커피를 까먹으면서 경치를 음미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남산 팔각정의 자판기에는 왜 1000원짜리 상품밖에 없는가를 진지하게 고찰한후 자본주의의 비정함에 치를 떨어야하죠. 그것보다 더 서글픈 현실은 많은 솔로부대 동지들이 그 좋은 봄날에 꽃구경을 하지 못하는 신세라는것.삶이 고달픈데 경치가 눈에 들어오겠습니까만....




    벚꽃이 피는 주말,  남산도서관에서 나와서 찍은 풍경


    비참함을 극복하는 요령은 세월이 약일 지도 모릅니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문제는 포기를 할때 자발적이냐? 아니면 강제적이냐?라는 것입니다.

    자발적이라함은 이 책의 저자처럼  다 겪어보고 '별거 아니야'라고 하는 것이고, 저처럼 동경만 하다가 포기하면 우아함과 거리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별로 동경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여태까지 살아오기 힘들었을 수도 있죠.


    자본주의는 백만장자로 성공한 접시닦이의 동화로 우리를 달래준다. 텔레비전에서는 수시로 대부호나 ‘슈퍼스타’가 되는 꿈을 꾸라고 강요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복과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기저기서 약속하는 말이 들려온다. 신화같은 이야기들은 이제 ‘위’도 ‘아래’도 없으며, 설사 ‘아래’에 있더라도 돈만 충분하면 누구나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믿음에 좋은 점이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심각한 후유증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복해지지 못하는 사람은 실패자이고 낙오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최초로 인식한 사람 가운데 프랑스의 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있다. 토크빌은 1830년대에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미국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했다.
    ....
    “출생과 소유의 모든 특권이 폐지되고 누구나 모든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면, … 사람들은 마음 놓고 무한히 야심을 펼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위대한 것을 이루라는 소명을 타고났다고 즐겨 상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날마다 경험을 통해 수정되는 잘못된 생각이다. … 불평등이 일반적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인 경우에 극심한 불평등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것이 평등한 경우에는 아주 미미한 차이도 마음을 상하게 한다. … 이것은 민주주의의 주민들이 풍요 한가운데서 기이하게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 나는 부자들이 누리는 것을 희망과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 가난한 시민을 미국에서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
    “이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에 특히 처음에 젊은 사람들은 피상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행운아 들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절망한다. 그들의 영혼은 비통함에 숨이 막힌다.


    보도자료에는 너무 길어서 넣지 않았습니다만 가난뱅이로 살아가면서 포기한 지금의 시점에서는 가장 인상깊고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마지막 굵은 '영혼은 비통함에 숨이 막힌다'의 길에서는 벗어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 그 벗어난 길을 재미있고 유쾌하고 설득력있게 풀어내진 못하겠습니다. 그것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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