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작은 오프라인 기업이나 소호 창업자들은 홈페이지나 쇼핑몰을 만드는 과정이 무척 단순하다. 회사에 적임자가 없으므로 홍보담당 직원에게 홈페이지를 만들게 견적을 올리라고 한다. 그럼 이 직원은 주위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 웹디자이너를 소개 받는다. 50만원 내지 100만원, 비싸게는 3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주고 웹디자인을 시킨다. 완성이 되면 사장이 홈페이지를 보고는 색깔이나 이미지를 몇 개 지적하고 디자이너가 고쳐주면 만족 해 한다. 이걸로 끝이다. 홈페이지 만들어 놨으니 이제 고객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말 대단히 멍청하고 우스꽝스럽게도 90%의 오프라인 기업들이나 소호 창업자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그래놓고 방문자가 없다고 투덜대며 디자이너를 원망한다. 이는 아무 벌판에나 목적도 없는 건물 만들어 놓고 유동인구가 없다고 투덜대며 건축업자를 욕하는 건물주와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전략이 있는 웹사이트란 어떤 것인가?
우선 당신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대부분의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놓고 회사도 알리고 제품도 홍보하고 심지어 제품을 그 사이트에서 팔리게 하고 싶어 한다. 지금이 무슨 인터넷 초창기인줄 알고 말이다.
# YOOM 의 깔끔한 메인 디자인
이런 다양한 목적들은 기획자들과 웹디자이너를 괴롭힌다. 한 사이트에서 이런 다양한 목적을 가지는 것은 마치 부엌과 거실과 침실이 함께 공존하는 원룸과도 같아서 무엇 하나 제대로 기능을 가질 수 없다. - 만일에 그 사이트가 대단히 획기적이고 놀라우며 블루오션 지대를 창출한 신개념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 이런 기초적인 마케팅 책이나 읽고 있는 당신이 그런 제품을 만들었을 리가 만무하다. 당신은 분명히 바라보기만 해도 하품이 나오고 지루한 그런 제품을 팔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지루한 상품을 판매할거면서 상품보다도 더 지루한 당신의 회사소개나 홍보성 글을 누가 참을성 있게 바라볼 것인가?
제발 착각하지 좀 마시라. 당신이 얼마나 큰 자부심으로 회사를 이끄는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에겐 그저 그런 하찮은, 혹은 지루한 수십 만개의 회사들 중에 하나란 말이다. 더욱이 조그맣기까지 한! 그들은 당신의 회사소개나 당신의 이력, 생산설비나 기술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이 얼마나 예쁘게 생겼고, 작동은 잘 되며, A/S는 철저한가, 뿐이다.
따라서 당신이 물건을 팔 목적이라면 그냥 쇼핑몰을 만들면 된다. 제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물건을 팔게끔 해달라는 요구를 기획자들이나 웹디자이너들에게 하지 좀 말라. 쇼핑몰은 매장이고, 홈페이지는 사무실이다. 왜 사무실에서 물건을 파는 허접한 회사가 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가?
#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에 상품 실사 이미지를 사용한 '꼬매기닷컴'
당신은 상품판매가 목적이고 그래서 홈페이지가 아니라 쇼핑몰을 만들어야 하며 그 쇼핑몰은 고객에게 최단시간 내에 상품을 선택하고 편리하게 구매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것이 없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쇼핑몰 전략이다. 믿어지지 않는가? 겨우 쇼핑몰 전략이라는 것이 고객에게 최단시간 내에 상품을 선택하고 편리하게 구매하게끔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아마존이 죽어 가고 있을 때 제프 베조스 회장은 자신의 구매고객이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가는데 무려 7번의 클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것을 줄여서 5번에 모든 구매행동이 완료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재설계했다. 이로부터 아마존은 급격하게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믿기지 않으면 지금 아무 검색어나 검색엔진에서 검색하여 중소 제조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에 방문해 보라.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짜증나는 구성으로 사이트가 이루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하라. 소비자들은 원하지도 않는 이벤트와 자기 회사자랑과 신기술에 대한 자랑으로 메인페이지를 도배해 버린 그 잘난 제조사들의 사이트를 보란 말이다. 웹사이트 하나에 수 천 만원을 들여서 만든 회사들도 저 모양이니 이번 쇼핑몰 제작에 200만원을 쓸까 300만원을 쓸까 고민하는 당신이 만들 사이트는 얼마나 더 끔찍하겠는가?
그러나 당신이 전략만 제대로 세우면 그 돈만으로도 충분하다.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웹사이트를 설계하라. 회사소개와 홍보가 목적이라면 홈페이지를 만들고 판매가 목적이라면 쇼핑몰을 만들면 된다. 이 간단한 선택만으로 당신의 웹사이트 전략은 이미 90점을 넘어섰다. 나머지 10점을 채우기 위해 마케팅 기획자들은 한 달에 두 권꼴로 나오는 웹사이트 전략에 대한 책을 읽지만 당신은 그게 직업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90점이면 이미 훌륭한 것이다. 내가 만나본 바 이 세상엔 이 90점도 못 넘는 웹 기획자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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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연호 (e비즈북스, 200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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