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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온라인의 위험 요소와 위협적인 이해관계자를 파악하라
    e비즈북스의다른책들/온라인 위기관리 2011. 8. 18. 10:47

    온라인의 위험 요소와 위협적인 이해관계자를 파악하라

    홍보팀에서 소셜미디어 담당자인 조 대리에게 전화를 해왔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실망 씨가 상당히 노골적으로 자사의 신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리뷰를 올렸으니 대처 방안을 이야기하자 한다.조 대리도 해당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상당히 부정적인 내용인 것은 확실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다. 어렵게 만든 신제품인데 너무 박하게 평가를 하는 거 같다. 이 블로거는 파워 블로깅을 하고 있는 전문 블로거다. 지난번 신제품 론칭 행사 때 마케팅팀장과 멱살을 잡았던 블로거들 중 하나이기도 한다. 조 대리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대응 회의에 참석했다.

    홍보실장이 한마디 한다. “이런 블로거를 왜 소셜미디어 담당자는 잡아내지 못했나요? 매일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만 하는 게 소셜미디어의 유일한 룰은 아니잖아요?” 조 대리는 화가 난다. 하지만 이벤트로 바빠서 해당 블로그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니 인정하기로 했다. 홍보실장은 ‘이 블로그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조 대리가 대답한다. “제가 한번 만나 보면 어떨까요? 친하지는 않아도 저랑 몇 번 만나서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거든요. 지난번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고 해서 좀 만나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아요.”

    홍보실장은 가능한 빨리 조치해서 해당 포스팅을 내리는 것이 회사가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리는 사무실로 돌아와 블로거인 김실망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번 만나 밥이나 한끼 하자고 이야기했다. 김실망 씨는 의외로 흔쾌히 식사 약속을 잡아주었다. 다음 날 조 대리는 김실망 씨를 만났다.

    김실망 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거 봐요. 조 대리님, 그런 식으로 일하면 안 돼요. 그게 회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 대리는 무슨 말씀이냐 물었다. 김실망 씨는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친다. “내 블로그에서 조 대리님 회사 신제품 리뷰 포스팅에 대해 접근금지 신청을 하셨지요? 그렇게 막으면 끝날 줄 알아요? 조 대리는 깜짝 놀랐다. 어제 홍보실 회의 때에도 공유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조 대리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김실망 씨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로 향했다.

    전화 너머로 홍보실장이 한마디 한다. “법무실에서 즉각 조치를 취했어요. 소셜미디어 담당자 하나 믿고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냐면서 일단 접근금지 신청을 했어요. 자꾸 시비를 걸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게 사장님의 의중이십니다. 그렇게 아세요.” 조 대리는 황당하면서도 성질이 난다. “다 잘되어가고 있었는데… 너무 하십니다. 그 블로거는 원래 우리에게 호의적인 블로거였어요. 이번 건으로 다시는 우리 회사와 친하게 지내기 힘들게 되었네요.” 홍보실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전화를 끊는다.

    조 대리는 김실망 씨의 블로그를 들여다보았다. 접근금지로 블록 처리되어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김실망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자신의 포스팅이 블록된 이유와 A사의 무례함과 비논리성에 대해 연이어 메시지들을 날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그의 팬들이 A사를 성토하고 나섰다. 트위터에서는 관련 트윗이 RT가 되어 무한대로 퍼져나가고 있다. 몇몇 블로거들은 김실망 씨의 원래 게시물을 복사해놓았다면서 열람을 권장하고 있다. 각각의 복사된 포스팅에는 회사를 욕하는 내용의 수없이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조 대리는 그 하나하나를 캡처해 보고하기로 했다. 소셜미디어 담당자로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소셜미디어에 무지하면서 전문 담당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조치를 취한 다른 부서에도 경종을 울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마케팅팀장이 보고서를 꾸미고 있는 조 대리를 불러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번 법무팀이 진행한 접근금지 신청은 사장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항이야. 그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그 블로거 녀석을 잡아오라고까지 하시는 걸 간신히 말렸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보고해서 사장님 더 자극하지 말아. 사장님이 일단 소셜미디어 쪽은 잘 안 보시니까 다른 부서가 지금 상황 보고만 안 하면 이내 별일 아닌 게 될 거야. 조 대리 분하지만 좀 참아. 내일 이벤트도 준비해야지?” 조 대리는 자리로 돌아왔다. 모니터를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그들을 전략적으로 모니터링하라
    일반적으로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상에서 발생한 논란이나 이슈에 대해서 법무부서와 로펌을 통해 접근금지 의 블록 처리를 즐겨 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활동들은 위기관리의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런 블록 처리가 회사에 중차대한 피해를 입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컨텐츠에 대한 것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매번 기본적으로 진행된다면 그 효과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flicker = some_communication

    ‘소셜 퍼블릭들에게 우리 기업의 블록 처리 대응이 어떻게 비추어질까’ 하는 검토는 매번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블록 처리한 그 블로거 한 명이 문제가 아니라는 부분이다. 어차피 기업으로부터 한두 번 블록을 당한 블로거들은 평생 동안 그 회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고 그 블로거가 회사와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도 반복적으로 온라인상에 부정적인 내용들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블록 처리라는 대응 방식은 일시적 대응 관리 방안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을 달리해 회사가 블록 처리한 해당 블로거보다는 블록 당한 포스팅을 바라보는 수많은 소셜미디어 퍼블릭에게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블록 처리를 요청한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과 이미지들을 형성하는지 예측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블록 처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소셜미디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대화다. 따라서 블록은 소셜 퍼블릭에게 상당히 폭력적인 의미일 수 있다. 또한 기존 소셜 퍼블릭들이 가지는 힘의 구도에서 기업은 항상 강자다. 온라인상의 위해적이고 부정적인 컨텐츠에 회사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기업은 기본적으로 강자로 인식된다. 소셜 퍼블릭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대부분이 약자의 편이다.

    그리고 회사와 개인의 편을 나누자면 개인의 편이다. 대화를 하는 주체의 편이지, 침묵하는 측의 편이 아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쪽의 편이라기보다는 폭력을 당하는 쪽의 편을 드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략적인 기업이라면 위기관리 전략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화를 택할 것인지, 법적인 접근금지 신청을 택할 것인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정용민.송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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